바르셀로나 , 몬세랏
바르셀로나가 속해있는 까탈루니아 지방의 역사를 알고 나면, 몬세랏은 바르셀로나의 정신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뗄레야 뗄 수 없는 장소이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몬세랏에는 스페인 내전 당시, 패기로 똘똘 뭉쳐 모여든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로 구성된 학연단을 기리는 동상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는데, 당시의 세계는 이념과의 싸움이 한참이었고 그 중심에 스페인이 자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히틀러의 세력을 등에 업은 스페인의 프랑코 장군은 파시즘을 내세우며, 그 이외의 이념을 가진자들을 탄압하기 시작하는데 특히나 까탈루니아 지방에 대한 탄압은 정말로 극심했고, 파스즘에 대항해 전 세계에서 모여든 학생들로 구성된 지원병들(학연단)까지 합세해 치열하게 저항했으나 모든면에서 열세였던 이들은 마지막에는 몬세라트에서 각축을 벌이다 그 숨을 다했다고 한다. 암튼 이때의 스페인 내전에 대한 이야기는 그 유명한 조지 오웰의 '카탈루냐 찬가', 헤밍웨이의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에서도 기록되어 있다.
천국으로 가는 계단
일본인 조각가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기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돌을 계단삼아 하도 밟고 올라서서 그 주변엔 얼기설기 흉물스러운 철조망으로 가려져있었다.
해발이 높은 곳이라, 아침 일찍 가니 기대했던 전망은 없고 이렇게 안개가 뿌옇게 서려있었다. 하지만 오후즈음에 들어서면 점점 시야가 밝아져 몬세랏의 멋진 절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걱정은 노노
작은 장 마당도 서 있는데 몬세라트 수도사들이 직접 만든 치즈나 꿀등을 판매하고 있는곳이다. 구경하다 저렴하게 구입해오는것도 좋을듯.
바르셀로나 여행을 계획하시는분들은 산티아고 순례길에 대해 어느정도는 알고 들어봤을것이다. 사진은 11갈래의 길 표식을 해놓은 가리비 모양.
별빛이 가리비 껍데기 더미를 비추고 있는걸 이상히 여겨, 그 곳을 파헤쳐보니 성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발견되었고 이후로 가리비 표식은 성 야고보 성인의 아이콘이 되었다고 한다. 암튼, 두 다리로 전세계를 돌며 복음을 전파한 그의 정신을 기려, 이후로 가리비 표식은 산티아고 순례길을 나타내는 이정표로 쓰이고 있다고 하며, 이곳 몬세랏도 성지순례 장소로써 가리비 표시가 되어 있는것이다.
몬세랏 메인에 자리하고 있는 '몬세랏 수도원'
기암절벽에 둘러쌓여있는 이곳은 모든 역사적 배경 지식을 차치한다해도, 그 절경만으로도 하나의 장관을 이루는 모습이다.
수도원 들어서는 입구에 있는, 음각 방식의 이 조각은 앞전 포스팅인 '성가족 성당'에서 언급한 조각가 수바라치의 작품이다. 어떤 방향에서보든, 그 시선이 내쪽으로 향하게 되어 있다. (음각 기법이 원래 그런건가?)
수도원의 안으로 들어서보자.
들어서면, 작지만 압도당하기에 충분히 위압적인 광장이 나타난다.
촘촘히 조각되어 있는 성인들
그 성인들을 향해 광장 바닥의 작은 원 안에 들어가서 뭔가 소원을 비는 종교인들과, 종교 여부와는 관계없이 기념사진 삼아 이 행위를 따라하는 관광객들로 치열한 포토전쟁이 진행중인 모습도 볼 수 있다.
한쪽 옆에 보면 긴 줄의 행렬도 볼 수 있는데, 이 줄은 몬세라트의 명물인 '검은 성모 마리아' 상을 보기 위한 행렬이다. 옆 기둥에는 각국의 말로 기도문도 적혀있는데 너무 흐리게 찍혔지만 자세히 보면 한국어로 적혀있는 기도문이 붙어 있는 기둥의 모습을 볼 수 있을것이다.
참고로, 이들이 성당 내부를 들어가기 위해 통과하게 되는 거대 철문의 이름은 '자비의 문(용서의 문)'이라 불리우며, 바티칸의 성베드로 성당에 있는 그 '자비의 문'과 의미가 같다고 보면 된다. 바티칸에 있는 자비의 문은 원래 500년에 한번씩 열렸는데, 지금은 50년에 한번 열리는것으로 바뀌긴 했지만 50년이라는 시간도 상당한 시간이니만큼 이 문이 열리는 해에 바티칸을 방문하고자 하는 신도들이 많을 수 밖에....이에, 교황은 모든 기회 비용을 고려해 세계적으로 의미가 있는 성당에 바티칸의 자비의 문과 같은 지위를 주었고 이 곳 몬세랏의 성당도 그 중 하나라고 한다. 운 좋게도 내가 방문한 2016년이 바로 자비의 문이 열리는 해였다는거....
'검은 성모 마리아'를 볼 수 있는 시간은 하루 세번으로 정해져있으니 위 시간표를 참고하되, 최소 한시간전에 줄 서 있어야 하는 점도 염두에 두고 시간 계산을 하는게 좋다.
검은 성모 마리아를 보기 위한 줄은 내부에 들어서도 다섯개의 카펠라를 지나서 한참을 길게 늘어서있다.
(참고로 사진에는 없지만 첫번째 카펠라=기도방 는 성베드로의 카펠라이며 천국과 지옥의 문을 관장하는 열쇠를 손에 쥐고 있는 베드로 성인의 그림이 걸려있는것을 볼 수 있다. 지나가는 길에 보이는 녹쓴 칼은 예수회 설립자인 요욜라가 수도회에 자신을 의탁하기로 하면서 꺽은 칼을 진열해놓은것이다.)
내부 계단 양 옆으로는 동정녀의 모자이크들이 늘어서있는 모습도 볼 수 있다.
드디어 대면한 '검은 성모 마리아'
양을 치던 목동들에 의해 성스러운 동굴이라는 뜻의 산티코바에서 발견된 이 성모 마리아는 1025년에 이 곳 성당으로 옮겨졌다고 한다. 몬세랏의 명물이지만, 긴 줄 때문에 너무나 짧게 보고, 후다닥 사진만 찍고 내려와야했던점은 유감-
각각의 소원을 담은 초
성당내부
천장의 돔 - 유리처럼 보이는 돔은, 유리가 아니라 수도사들이 한땀한땀 수놓는 장인의 정신을 가지고 (으응...?) 인내로 아주 얇게 깍아, 마치 유리와 같은 투명도를 가지게 만든 대리석이라고 한다. 이 성당을 짓기 위해 얼마나 정성을 들였는지를 엿볼 수 있는 한 부분이다.
사진에 보이는 제대의 디자인에는 가우디의 솜씨도 일조되었다고 한다.
에스꼴라니아 소년 성가대
앙- 귀염돋아- 한두명을 뽑는데, 매년 수천명의 지원자들이 몰려든다는 300년 역사의 이 소년성가대는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파리 나무십자가 소년합창단'이나 '빈 소년 합창단'처럼 오픈되어 전세계를 투어하는게 아니라서 생소한 합창단으로 여겨지나 사실은 위의 두 소년 합창단의 원조격이라 불리울 수 있다고 한다.
수도원의 사정에 따라 스케쥴이 변동될때도 있긴 하지만 보통은 1시에, 수도원 방문자들을 위해 한두곡정도 합창 연습하는 모습을 보여주니, 이것도 꼭 빠트리지말고 볼것- 빈소년합창단과 파리나무십자가 합창단이 투어올때면 돈 주고도 보는데, 여기까지 가서 공짜 공연을 놓치는건 말이 안된다. 참고로, 일요일에는 1시 미사가 끝난 후에야 합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으니 교인이 아닌분들은 일요일은 피하는게 좋다.
짧은 동영상 감상
가우디가 그의 건축에 영감을 받았다는 몬세랏의 기암절벽- 절벽의 전경을 좀 더 잘 보기 위해서는 푸니쿨라를 타고 산타코바쪽으로 올라가도 좋지만, 코끼리 바위까지 한눈에 볼 수 있는 미카엘 십자가가 있는 장소 또한 빠트리고 오기에는 섭섭한곳이다. 수도원 맞은편쪽 산길을 15분쯤 오르면 나타나는곳인데
꽤 가파른 산길을 따라 사람들이 향하는곳을 따라가다보면
쨘~ 나타나는
'미카엘 대천사 십자가'
십자가 있는곳에서 바라보면, 아까 내가 왔다갔다 돌아다녔던 몬세랏 수도원쪽 전망이 장관처럼 펼쳐져보인다. 화살표로 표시한 바위가 일명 '코끼리 바위'이다.
하- 멋있어. 직접 눈으로 봐야 느낄 수 있는 감정인데...... 몬세랏의 세 보물인 '검은 성모마리아' '에스꼴라니아 성가대' '자연' 이 세가지를 모두 품고 혼자서 고군분투한 일과가 끝났다. 사실, 성모마리아가 발견되었다는 동굴 '산티코바'를 못 둘러보고 와서, 이틀뒤에 또 다시 이곳을 방문했었지만 날씨가 너무 좋지 않아서 그냥 돌아온 아쉬움은 남는다. 하지만, 그날이 일요일이었던고로 이 유명한 성당에서 미사를 볼 수 있었던건 감사히 생각하며- 흣....언제나 그러하듯... 또 오면 되지 머...